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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팍한 리뷰

허지웅 키보드 HHKB 해피해킹 Happy Hacking Type-S 리뷰

 컴퓨터를 살 때 어떠한 부분에 중점을 두는가?

 예산을 잡고 나면 보통 cpu, 메모리, 저장장치, 그래픽 카드와 같은 핵심 부품에 중점을 두고, 그 외의 주변기기는 대충 가격에 맞춰서 장만하는 식일 것이다. (어찌 보면 당연하다.)

 게임용으로 사는 사람들일 경우 조금 더 주변기기에 신경을 쓸 것이다.

 필자는 게임을 하지는 않지만 주변기기도 핵심 부품만큼 신경을 쓰는 편이다.

 모니터, 마우스, 키보드와 같이 신체기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들은 체감이 크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주변기기 중에서도 현재 주력으로 사용하고 있는 무접점 키보드, PFU사의 Happy Hacking Professional이다. 

 Happy Hacking KeyBoard라서 HHKB로 줄여서 말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PFU, Happy Hacking Professional2 Type-S 무각인 영문배열>


 PFU는 후지쯔 계열사로 프리미엄 PC주변기기를 주로 만드는데, 언급한 해피해킹 키보드와 ScanSnap으로 불리는 스캐너로 유명하다.

 해피해킹 키보드의 경우, 허지웅 작가가 사용하는 모습이 방송에 타서 '허지웅 키보드'로도 불렸다..


 해피해킹의 경우 여러 제품군이 있다.

 기본이 되는 Happy Hacking Professional의 경우 단종되고 Professional2가 출시되었다.

 그리고 이 모델의 저소음 버전인 Professional2 Type-S가 있다.

 또 블루투스 모델 버전인 Professional BT가 2017년에 출시되었고,

 작년 말에 Professional Hybrid 시리즈가 새로 나왔다. Hybrid의 경우 무선과 유선을 모두 지원하는 버전이다.

 그 외에 Lite도 있지만 이것의 경우 무접점이 아닌 멤브레인 방식이다.

<PFU, Happy Hacking Professional HYBRID Type-S 각인 영문배열>

 이 중에서 저소음 모델인 Professional2 Type-S를 사용하고 있다. 지금도 이 키보드를 이용해서 글을 쓰고 있다.

<PFU, Happy Hacking Professional2 Type-S 각인 영문배열 white>

 


 

 일본 거주했던 2016년에 일본 아마존에서 3만 엔 가까운 가격에 구매했었다. 당시만 해도 한국에서는 더 비싼 가격에 거래가 되고 있었기에, 고가임에도 충동구매를 해버린 것이다. 지금도 한국에 정발 된 것은 아니지만 구매대행으로 파는 곳이 많아 예전에 비해 구하기는 쉬워졌다. 문제는 언제나 가격.

 

 해피해킹 키보드는 기본적으로 일본어 배열과 영문 배열 두 가지가 있다.

<PFU, Happy Hacking Professional BT 각인 일본어 배열>

 

 그리고 키캡에 문자가 각인된 모델과 무 각인이 있다.

<PFU, Happy Hacking Professional HYBRID Type-S 무각인 영문배열 블랙>

 키보드의 색상은 검은색과 흰색이 있다. 흰색에서 살짝 회색빛이 감돈다.


 한국인에게 익숙한 영문 배열에 조금 더 레트로 한 느낌이 나는 흰색을 구매했었다. 사실 무 각인으로 하고 싶었지만 안 그래도 괴랄한 키 배치 때문에 적응하기 힘들 것 같아서 각인으로 갔다.

 

<PFU, Happy Hacking Professional2 Type-S 각인 영문배열 white>

 

 Esc키와 Control키의 색이 다른 것은 별도 판매되는 캡으로 교체했기 때문이다.  각인, 무 각인 두 종류의 Esc키와 Control키, 즉 4개의 키와 집게 구성품에 5만 원대 가격이었다. 정말 사악한 가격이다.

 

 그 외에도 키보드 덮개나 팜레스트, 전용 가방 같은 액세서리가 더 있지만 가격도 비싸고 딱히 필요성을 못 느껴 구매하진 않았다.


 대부분 한국에 정발 되지도 않는 이런 고가의 키보드를 구매하는 이유는 무접점 특유의, 해피해킹 특유의 키감 때문일 것이다.

 일반 Professional의 경우 "통통거린다", "초콜릿이 부러지는 느낌"이라는 말들이 많은데 솔직히 직접 쳐보고 듣지 않는 이상은 알기 어려울 것이다. 타건영상들을 봐도 느끼기엔 한계가 있다.

 Type-S의 경우에는 위의 느낌보다는 "사각사각"한 느낌이 강하다. 아무래도 저소음 설계에 따른 결과인 듯하다.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러운 키감이다.

 키감의 기계식 키보드와 우열을 가린다기보다는 각자 특유의 개성이 있고 이는 호불호가 분명히 갈리는 부분이기에 꼭 직접 쳐보고 구매해보는 걸 추천한다.

 

<PFU, Happy Hacking Professional2 Type-S 각인 영문배열 white>

 

 극상의 키감 대신 희생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치명적이다.

 우선 Control키가 보통 키보드의 Caps Lock자리에 위치한다. 유닉스 환경에서 vim 에디터로 작업하는 개발자들의 경우 Control 사용빈도가 굉장히 높은데 이를 배려한 배치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위의 환경에서는 방향키 역시 따로 필요 없기 때문에, 방향키 또한 따로 없다?!

 사진상으로 보이는 것처럼 키보드가 전반적으로 작은 대신 보통 키보드에 비해 키가 많이 부족하다. 방향키는 물론 펑션키 마저 따로 없다.

 대신 Fn 키와 조합으로 사용할 수있다. 키캡의 아랫면에 새겨진 문자들이 Fn키와 같이 눌렀을 때 수행하는 역할이다. 이 때문에 무 각인버전의 경우 적응하기가 무리라 판단된 것이다. 물론 HHKB에 익숙해진 상태에서 무각인 키세트만 따로 구매해서 교체할 수 있지만 역시나 가격이..

<PFU, Happy Hacking Professional2 Type-S 각인 영문배열 white>

 

 키의 경우 처음 적응하기가 어렵지 적응되면 편하다. Fn 키 조합으로 쓰는 것이 복잡해 보일 순 있지만 오히려 손의 동선을 줄여주는데 한 몫한다.

 

 해피해킹 키보드를 한 번 쓰고 나면 다른 키보드들은 못쓴다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은 중독성 강한 키감 때문이라기보다는 괴랄한 키배열에 적응돼버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뒷면에는 딥스위치가 있다. 이를 조작해서 몇몇 키의 역할을 바로 바꿔줄 수 있다. 키 매핑 프로그램이 따로 필요 없는 점이 편하다.

 


 이처럼 장단점이 명확하기 때문에 키보드 마니아가 아니라면 딱히 추천할 수는 없는 제품이다. 

 키감의 경우에도 호불호가 갈릴 수 있기 때문에 무작정 환상을 가지고 HHKB를 구매하는 것은 도박이라고 생각한다.

<좌: Happy Hacking Professional2 Type-S 각인 영문배열 white, 우: MX Anywhere 2S>

 윈도 환경이라면은 해피해킹보다는 평범한 키보드 배열인 토프레사의 리얼포스 시리즈를 추천한다. 이 제품 역시 가격이 만만치 않다. 요즘에는 비교적 저렴한 무접점 키보드(물론 멤브레인 키보드보다는 훨씬 비쌈)들도 많이 판매되고 있으니 무접점 키보드의 입문은 이러한 것들로 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Topre, REALFORCE R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