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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팍한 리뷰

샤프 No! 홀더 펜슬을 아시나요? (스테들러 780C 리뷰)

"장비충"이라는 단어를 아는가?

 만약 알고 있다면 당신은 "장비충"일 가능성이 높다.

 "장비충"이란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에 장비부터 맞춰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 무엇을 하는 데 있어서 장비에 집착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고수는 장비를 가리지 않는다."는 말이 있지만,

 "고수가 아니기에 장비를 가리는 것이라구!"

<Rotring, rOtring 800>

 나도 굳이 따지자면 이 "장비충"에 속한다.

 서툴지만 그림 그리기가 취미였는데, (지금은 뜸하다는 소리..)

 샤프를 쓰자니 얇은 심으로 그리는 맛이 별로여서 연필을 썼다.

 그런데 연필은 심을 자주 깎아줘야 하고, 깎을수록 길이가 줄어든다.

 물론 연필 깍지를 끼워서 사용해도 되겠지만, 

 이미 홀더 펜슬이라는 것을 알아버렸다.

<Faber-Castell, TK 9500>

 홀더 펜슬이란 Lead Holder로도 불리며 샤프보다도 더 오래전에 발명된 물건이라고 한다.

 샤프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차이점이라면 들어가는 심이 2.0mm 이상으로 굵다.

 연필심과 비슷한 굵기이며 주로 제도나 미술용으로 쓰인다.

 스테들러, 로트링, 파버카스텔 제품 정도가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보이는 것 같다.

 국산으로는 모닝글로리에서도 출시되었다.

 

 또 다른 점이라면 심 배출방식이다.

 뒤쪽의 노브를 누르고 있으면 입구 쪽 집게부가 열리면서 심이 빠진다.

 이 상태에서 적절히 심을 빼고 누른 손을 떼면 그대로 고정된다.

 "드롭식"이라고 한다.

 그 외에도 샤프처럼 노브를 누를 때마다 조금씩 배출되거나, 노브를 돌려서 배출하는 "나사식"도 있지만, 대부분은 "드롭식"이라고 보면 된다.

<Staedtler, 925 25-20> 

 위 홀더 펜슬의 경우가 샤프와 같은 심배출 방식이다. 2.0mm심이 들어가는 샤프라고 보는 것이 맞을 수도.

<Staedtler, Mars Technico 780c>

 다양한 홀더 펜슬들 중 내가 스테들러 780C를 구매한 이유는 2009년 당시 가장 구하기 쉬웠고,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인 Adam Hughes가 이 홀더 펜슬을 이용하여 맛깔나게 그리는 영상을 봐버렸기 때문이다.

 왜, 좋아하는 작가의 문구류, 좋아하는 선수의 신발, 좋아하는 스타의 아이템은 써보고 싶지 아니한가.

<Adam Hughes의 twitter>


  구매한 지 10년도 더 된 나의 홀더 펜슬이다. 세월의 흔적으로 그립에는 녹과 때가 묻어있고, 바디에 인쇄된 문구는 모두 지워졌다.

 클립의 경우 탈착이 가능한데, 개인적으로는 그림 그릴 때 거치적거려서 빼버리고 사용한다.

 그립이 메탈이라서 살짝 저중심이지만 느끼기 힘든 것 같다.

 그립의 두께는 연필과 비슷하다.

 바디의 앞부분과 뒷부분의 두께차이는 미미하다.

 아래의 두 개는 작년에 구매한 홀더 펜슬이다. 한쪽엔 파란색 심, 다른 한쪽엔 빨간색 심을 넣어서 사용 중이다.

 검정색 바디의 경우 한정판이라고 해서 1000원 정도 더 비쌌던 기억이 있다.

 예전에 구매했던 구형과 외형의 차이는 없다. 

 그립과 바디의 뒷부분은 원통형이고 바디의 앞부분은 팔각형인데 원형과 별 차이가 없다.

 눈썰미가 있는 분은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구형과 신형의 클립이 조금 다르다.

 신형 클립의 경우 심 경도가 새겨져 있다. 눈에 띄지 않아서 쓸모 있어 보이진 않는다. 참고로 심 경도의 표시는 라벨 색으로도 구분된다. 

 이렇게 펜슬의 노브를 교체해서 심 경도를 알릴 수 있지만, 기존의 메탈 노브에 비해 조악한 플라스틱이라 추천하진 않는다. 메탈 노브의 경우 심연기의 역할도 한다. 

 이 구멍에 심을 넣고 돌리면 심을 깎을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잘 사용하지 않는다. 굳이 뾰족하게 사용할 일이 없기도 하고 심을 깎을 때는 전용 심연기를 이용한다. 

<Staedtler, Mars 502>

 심연기의 구멍에 홀더를 꽂고 맷돌 돌리듯이 돌리면 깔끔하게 깎여진다. 

 925 25-20 홀더의 경우에는 호환되지 않으니 주의하길 바란다.



 심의 두께 때문에 샤프보다는 연필 사용자에게 추천한다. 적극 추천. 

 나의 경우 좋아하는 작가의 영향이 있었지만, 요새는 훨씬 더 저렴한 국산 제품도 많이 있으니 꼭 스테들러 샤프나 홀더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체감상 더 중요한 건 심의 경도와 사용하는 종이가 아닐까 싶다. 

 그래도 스테들러라는 브랜드를 좋아하는 문구 수집가라면, 
또는 나와 같은 "장비충"이라면 하나쯤 소장해도 좋을 듯!